2018년 12월 말과 2019년 1월 초,
연이어 발표된 액체 괴물의 유해성에 대한 뉴스로
액체 괴물을 가지고 노는 어린이들과 부모님들이
큰 패닉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각종 뉴스 포털에서는 액체 괴물의 유해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주기보다는
단편적인 현상에 대해서만 이야기합니다.
유해 물질에 대한 위해 평가 (Risk Assessment)는
단순하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행한 위해 평가가 생략된 채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었으므로
커다란 유해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에게 커다란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포스팅에서
지금까지 연구로 얻었던 위해 평가 지식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액체 괴물에 대한 위해 평가를 진행할 생각입니다.
1. 유해성 논란 전개
액체 괴물이라고 불리는 장난감은 이미 오래전부터 판매되어 왔습니다.
외국에서는 보통 Slime이라고 불리며
물컹하고 쫀득한 느낌이 흥미를 유발하는 장난감입니다.
이런 장난감이
2016년 이후로 YouTube의 발달과 함께 커다란 인기를 누리게 됩니다.
YouTube에 각자의 방법으로
다양하고 신기한 액체 괴물을 만들어 노는 모습이 업로드되었기 때문입니다.
연령을 불문하고 인기를 얻게 되며
액체 괴물 카페가 생길 정도로 커다란 사랑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액체 괴물의 유해성이 하나둘씩 알려지게 되는데요.
2017년, 유튜브를 보고 직접 액체 괴물을 만들어 놀던
아이들이 손에 심각한 화상을 입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됩니다.
2018년 7월, 유럽의 소비자 그룹 Which?는 시중에 판매되는
액체 괴물 (Slime)에서 붕소 (Boron) 함유량을 분석하였습니다.
그 결과 11개의 분석 시료 중 8개가 유럽 완구 Boron 기준치, 300 Boron (B) mg/kg (0.03%), 를
초과한 것으로 알려지며 큰 우려를 낳았습니다.
국내에서도 액체 괴물에 대한 유해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2018년 12월 20일, 국가기술 표준원의 안전성 조사 결과
190개의 액체 괴물 중
72개에서 가습기 살균제로 알려진 MIT(Methylisothiazolinone)/CMIT(Chloromethylisothiazolinone)가 검출,
4개에서 환경호르몬 프탈레이트(Phthalates)가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1개에서 발암물질 폼알데히드(Formaldehyde)가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었습니다.
그 결과, 액체 괴물 76개 (1개는 MIT/CMIT와 프탈레이트 중복검출)가 리콜 명령을 받았습니다.
또한 해외에서도 문제가 되었던 붕소 화합물에 대한 분석 결과가 발표됩니다.
2019년 1월 2일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와 보건대학원의 붕소 화합물 분석 결과
액체 괴물 30개 중 25개가 유럽 완구 Boron 기준치를 최대 7배까지 초과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후에 다양한 언론에서
붕소 화합물에 대한 유해성이 크게 보도되기 시작합니다.
붕소 화합물은 유럽의 연구 결과
생식 독성 (reproductive toxicity)과 발달 독성 (developmental toxicity)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2. 액체 괴물 제작 방법
검출된 유해 물질의 위해성을 논하기 앞서
액체 괴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며
사용된 성분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앞으로 이야기하게 될 내용을
좀 더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액체 괴물 = 폴리비닐알콜 수용액 (Polyvinylalcohol, PVA) + 붕사 수용액 (Borax) + 액세서리 (색소 또는 빤짝이 등등)
여기서 폴리비닐알콜 (PVA)은
종이, 천, 코팅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물질로
PET 병 성분, 인공눈물, 3D 프린터에도 사용됩니다.
이 폴리비닐알콜은 특별히 유해성이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실제로 폴리비닐알콜을 원료로 사용된
접착제에 무독성이라고 써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폴리비닐알콜은 위의 그림과 같이 기다란 사슬 모양의 물질이며 이 물질만으로는 쫀득한 점성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여기 붕사 (Borax)를 넣어주게 됩니다.
붕사는 시중 약국 등에서 구입이 가능한 하얀색의 가루 형태입니다.
주로 방염제, 곰팡이 방지제, 욕실 세제 등으로 사용되며,
살충제로 사용되는 붕산을 만드는 시작 물질로 사용됩니다.

붕사는 물에 녹아서 위의 그림과 같은 붕산염 (Borate)이 됩니다.
붕산염과 폴리비닐알콜이 만나게 되면

위와 같은 교차 결합 (cross link)이 생기게 되고
따로 존재하던 폴리비닐알콜 사슬들이 뭉쳐져
쫀득한 덩어리가 만들어집니다.
이 쫀득한 덩어리가 액체 괴물입니다.
3. 검출 물질의 유해성
a. MIT/CMIT
살생제 (biocide) 또는 보존제 (preservative)로 현재도 널리 사용되는 물질입니다.
유기물인 액체 괴물에 곰팡이 등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는 가습기 살균제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 물질은 영국의 연구진의 실험 결과에 의하면
피부 알러지, 세포 독성 (cytotoxicity)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물질은 증기 상태가 아닐 때는 강한 독성을 보이지 않지만
국민들로 하여금 가습기 살균제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에 국가기술표준원은
2016년 10월 스프레이와 방향제에 위의 물질 사용을 금지하였고
2018년 2월 안전 기준을 강화하여 보존 목적을 위한 사용을 전면 금지하였습니다.
b. 프탈레이트 (Phthalates)
대표적인 환경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으며
다양한 쓰임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흔히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는 가소제로 많이 사용되며
향수나 농약의 용매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액체 괴물을 더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간 또는 신장 등의 손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연구 결과 밝혀졌습니다.
또한 호르몬 활동을 교란시켜
당뇨병, 인슐린 저항성, 유방암, 비만, 대사 증후군, 면역계 질환, 어린이의 신경 발달 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럽 환경청 (European Chemicals Agency, ECHA)에서는
4 가지 프탈레이트를
Bis(2-ethylhexyl) phthalate (DEHP, EC 204-211-0, CAS 117-81-7)
Dibutyl phthalate (DBP, EC 201-557-4, CAS 84-74-2),
Benzyl butyl phthalate (BBP, EC 201-622-7, CAS 85-68-7)
Diisobutyl phthalate (DIBP, EC 201-553-2, CAS 84-69-5)
내분비계 교란 성질을 가졌다고 판단하여
Substances of Very High Concern (SVHCs, 매우 많이 우려되는 물질)로 지정하였습니다.
이번 정부의 분석 결과,
액체 괴물에서 기준치의
9.4 ~ 332배에 달하는 DEHP가 검출되었습니다.
이번 정부의 분석 결과,
액체 괴물에서 기준치의
9.4 ~ 332배에 달하는 DEHP가 검출되었습니다.
c. 폼알데하이드 (Formaldehyde)
화학물질을 만드는데 널리 사용됩니다.
플라스틱 합성 혹은 건축자재의 방부제로 사용됩니다.
시력 장애, 피부 장애, 소화기 및 호흡기 장애를 유발시키며,
새집 증후군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암을 유발 시키는 발암물질로 알려져
세계 보건 기구 (WHO) 산하 국제 암 연구 센터 (IARC)에서 분류한
1군 (Group 1) 발암 물질중 하나입니다.
이번 정부의 분석 결과
액체 괴물에서 기준치의
1.9배의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되었습니다.
위의 3 물질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많은 연구가 진행된 물질이고
사회에 큰 문제를 일으킨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4. 붕소 화합물 (붕산과 붕사, Boric acid and Borax)의 유해성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크게 화제가 되는 것은
붕소 화합물의 유해성 논란일 것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차근차근 붕소 화합물의 유해성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붕산과 붕사 (이번 포스팅에서는 붕소 화합물이라고 칭함)는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왔으며 연구도 많이 진행되어 왔습니다.
주된 논란은
남성의 정자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생식 독성과
태아의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발생 독성입니다.
이 두가지 유해성에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 (EU)에서 서로 다르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 미국
붕소 화합물은 주로 살충제로 많이 사용이 되었으며,
그로 인해 1946년 이래로 여러 가지 사용에 규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1986년 2월, 붕소 화합물은 낮은 독성을 보인다는
미국 환경청 (United State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US EPA)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모든 규제는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2006년 실시한 재평가에서도
"독성이 나타나지 않으며 표적 기관의 세포 독성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 유럽 연합 (EU)
유럽 연합 환경청 (ECHA)은 2008년 12월 붕소 화합물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동물 실험 결과
붕소 화합물에 생식 독성과 발생 독성이 있는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2010년 12월 붕소 화합물을
Substances of Very High Concern (SVHC)에 추가하였습니다.
보고서에는 생식 독성과 발생 독성의
NOAEL (No Observed Adverse Effects Level,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는 양) 값이 포함되었습니다.
이 값을 바탕으로
DNEL (Derived No Effect Level,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도출된 양)을 산출 되었습니다.
DNEL 값 이상으로 노출되지 않아야 건강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며
DNEL 값은 NOAEL 값에 100을 나누어 주어 얻게 됩니다.
DNEL = NOAEL ÷ 100
|
NOAEL |
DNEL |
생식 독성 (reproductive toxicity) |
17.5 mg B/kg bw/day |
175 μg B/kg bw/day |
발생 독성 (developmental toxicity) |
9.6 mg B/kg bw/day |
96 μg B/kg bw/day |
※ 단위 설명
mg B/kg bw/day: 하루에 몸무게 kg당 노출되는 B (붕소)의 양 (mg)
bw: body weight (몸무게)
μg: mg/1000
위의 정보까지만 가지고는 현재 붕소 화합물이 유해성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액체 괴물에 의해 노출되는 붕소 화합물이 아이들에게 위해 한지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값은 쥐 (rat)의 입으로 섭취한 양을 바탕으로 설정한 값이므로
아이들이 손으로 액체 괴물을 가지고 놀면서 노출되는 값에 바로 적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물질의 인체에 대한 위해성을 평가할 때는
단순 농도보다 노출량이 중요합니다.
예로 들어
자외선이 센 날 완전 무장을 하고 잠깐 외출을 하게 되면
피부가 많이 타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외선이 세진 않더라도 반팔 반바지로
오랜 시간 야외 활동을 하게 되면
넓은 부위의 피부가 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전자보다 후자가 자외선의 노출량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노출량에는 유해 물질의 농도뿐 아니라
유해 물질과의 접촉 범위와 접촉 시간 또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제 유럽연합에서 작성한 보고서의 값을 바탕으로
과연 우리 아이들이 만지고 노는 액체 괴물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덴마크 환경청 (Danish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에서 실시한
액체 괴물 (Slime)의 붕소 화합물 노출량 계산을 확인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액체 괴물에 의한 어린이의 붕소 화합물 노출을 산정해 보겠습니다.
피부에 의한 접촉 노출량은 다음의 공식을 따릅니다.

각 값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Uderm: 피부에 의한 붕소 화합물 노출량
Qprod: 액체 괴물의 질량
Fcmigr: 액체 괴물의 단위 질량 당 붕소 화합물 추출 비율
Tcontact: 액체 괴물과 접촉 지속 시간
Nevent: 놀이 횟수
BW: 어린이의 몸무게
이 식에서 피부에 의한 흡수율은 23%, 접촉률은 0.1%로 설정합니다.
15 kg의 몸무게를 가지고 있는 어린이가
300 mg B/kg (μg B/g) 농도 (유럽 기준치)의 붕소 화합물이 포함된
500 g의 액체 괴물을
1 시간씩
1번 하루에 가지고 논다면,
각 값은 다음과 같습니다.
Fcmigr: 0.23 × 0.001 × 300 μg B/g
Qprod: 500 g
Tcontact: 1 hour
Nevent: 1
BW: 15 kg
계산 결과 노출량은
Uderm = 2.3 μg/kg bw/day,
이 값은 생식 독성 DNEL과 발생 독성 DNEL 값의
각각 1.3%와 2.4% 해당하는 값입니다.
100% 이하의 값은 아무런 부작용이 없습니다.
따라서 유럽 기준 이하의 액체 괴물을
하루에 1시간 정도 가지고 노는 것은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석 결과 기준치의 최대 7배 이상 되는
제품이 있었습니다.
안전이 보증되지 않은 제품을
오랜 시간 시간 가지고 놀게 되면
인체에 위해를 입힐 수도 있다고 판단됩니다.
연구에 의하면,
액체 괴물에 존재하는 붕소 화합물은 입을 통하여
더 흡수가 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액체 괴물을 입에 넣는 행동은 하면 안 됩니다.
또한 액체 괴물을 가지고 논 후에는
반드시 손을 깨끗이 닦아
손에 남아 있는 붕소 화합물을 제거하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붕소 화합물에 의한
화학 화상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몸은 케라틴층과 표면 오일을 사용하여 피부를 보호합니다.
하지만 화학물질이 피부에 접촉하면
화학반응과 발열반응이 발생되어
세포의 탈수, 단백질 변형이 일어나며
응고성 괴사를 초래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이 화학 화상입니다.
액체 괴물을 만들 때,
붕사를 물에 녹이게 되면 붕산염 (Borate)이 만들어지고
이 물질은 염기성을 띄게 됩니다.
염기성 물질은 피부의 지방과 단백질에 결합하며 피부층을 제거합니다.
남은 화학 물질이 더 깊이 침투하게 되고
화상의 깊이가 더 깊어지게 됩니다.
해외의 액체 괴물 (Slime)을 가지고 놀다 화상을 입은
어린이들은 깊은 3도 화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매우 깊은 상처로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며
치료 기간도 오래 걸리게 됩니다.
따라서 맨손으로 가지고 노는 것보다는
비닐장갑 등을 착용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만약 화학 화상이 의심되면
즉시 매우 많은 양의 미지근한 물로 세척을 하여
더 이상의 화상의 진행을 방지하여야 합니다.
5. 결론
액체 괴물과 관련하여
무분별하게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정보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기사와 주장이 난무합니다.
이에 다양한 논문과 보고서를 통하여
액체 괴물 안에 들어 있는 유해 물질의 위해성을 평가해 보았습니다.
위의 정보를 바탕으로
여러분께 다음과 같이 권해드립니다.
1]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제품은 사용하지 말기
2] 직접 제작할 때, 가능하면 유독 물질인 붕사를 사용하지 말기
3] 붕사를 사용한다면 노출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량을 줄여 액체 괴물 만들기
4] 가지고 놀 때 화상과 유해 물질 노출 방지를 위해 장갑을 끼고 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