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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물질 이야기

[단독] 환경 호르몬 리스트 by 유엔 환경 계획 (5) 트리클로산, 레조르시놀, 트리페닐포스페이트, 나머지 물질들

유엔 환경 계획의 내분비계 장애 물질 리스트 발표

2018년 여름 유엔 환경 계획 (UN EP)에서는

하나의 리스트를 발표합니다.

그것은 환경 호르몬에 관한 리스트였습니다.

오늘은 그 리스트 중에

치약 등에 방균제로 사용되는 트리클로산 (Triclosan),

염색약에 사용되는 레조르시놀 (Resorcinol),

매니큐어 성분으로 사용되는 트리페닐포스페이트 (Triphenyl phosphate),

마지막으로 리스트의 나머지 물질들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트리클로산이 무엇인가?

"트리클로산 없는 치약 알려주세요"

몇 해 전, 인터넷에 자주 등장하던 말입니다.

시판 중인 치약들에서

간암을 유발하는 트리클로산이 검출되었다고 알려지면서

때아닌 트리클로산 없는 치약 찾기가 벌여진 것입니다.

이 물질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많이 사용이 되고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

제가 이 물질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대학원 시절,

실험실의 인도 박사님께서

이 물질을 연구하면서 제게 설명해 주시며 알게 되었습니다.

이 물질은 처음에는 의료용품을 살균하기 위해 사용되었다가

여러 가지 물품들, 특히 치약, 비누, 세제 등에

살균제 혹은 살생제로 널리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림1. 트리클로산의 화학 구조


트리클로산은 위의 그림과 같이 생겼는데,

제가 유해 물질 알아보는 팁을 드린다면,

기본적으로 이렇게 육각형 모양의 벤젠링이 두 개 있고

염소 (Cl)가 붙어 있는 물질치고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거랑 비슷하게 생긴 나쁜 물질을 가지고 오라면

제가 얼마든지 가지고 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물질은 단순한 유해 물질이 아니라

내분비계 호르몬 활동에 장애를 주는 환경 호르몬으로

이번 리스트에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2. 무엇이 문제인가?

트리클로산은 원래부터 논란이 있었던 물질입니다.

호르몬 장애와 관련된 행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균을 없애는 일을 주로 했기에

항생제 내성, 알러지,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각주:1]

또, 트리클로산과 염소 처리한 수돗물이 만나

생성된 물질이 자외선에 노출되게 되면

유해 물질 중에서도 악명이 높은 다이옥신이 생성되기도 합니다[각주:2]

이 다이옥신은 제가 전공한 물질인데요.

독성이 엄청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환경 중에 분해도 잘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몸에 들어와 암을 유발하고

내분비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이옥신에 대해서는

제가 따로 자세히 설명하는 포스트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트리클로산은 여러 연구 결과에서

여성 호르몬 성질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있습니다[각주:3]

그래서 이번 유엔 환경 계획의 환경 호르몬 리스트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3. 어떻게 노출을 피할 수 있나?

2010년 초반부터 해외에서는 트리클로산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으며,

그에 발맞춰서 트리클로산을 사용하던 제품의 제조사들이

자발적으로 이 물질의 사용을 금지하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몇 년 전 있었던 트리클로산 치약 사태(?)로

사람들의 트리클로산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이 물질을 사용하는 제품이 많이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용하는 제품이 있을 수 있기에

치약, 세정제, 화장품 등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제품 성분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참고하면

환경 호르몬의 안전한 양이란 없습니다.

그러니 노출을 막는 것이 최선입니다.




4. 레조르시놀이 무엇인가?

여러분은 레조르시놀이라는 물질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아마 들어보신 분이 거의 없으실 것입니다.

유해 물질을 전공하는 제게도 생소한 물질이니까요.

이 물질의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림2. 레소르시놀의 화학 구조


일상생활에 정말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소독약에 사용되기도 하고 습진 등의 치료 연고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곳은 염색약입니다.

제가 이 물질을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염색약 성분이 바로 나왔습니다[각주:4]

저도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환경 호르몬으로 선정된 물질이

아무런 문제도 이슈도 되지 않은 채

사용되고 있는 것에 말입니다.

최근에 헤나 염색이 문제가 되기도 했고

원래부터 염색약에는 유해 물질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리스트를 계기로

레조르시놀이란 물질도 염색약 속 피해야 할

유해 물질로 반드시 알아두셨으면 합니다.

염색약도 유해 물질의 집합소인데

이 내용도 나중에 따로 포스트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 물질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요?

우선 의약품의 성분에서 레조르시놀이 있으면

구입과 사용을 하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염색약의 성분도 잘 확인하시고

이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면 사용하시면 안 됩니다.

두피를 통하여 노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5. 트리페닐포스페이트이란?

이 물질은 유기인계 난연제로 많이 사용되는 물질입니다.

단어가 어려운데요,

화재의 확산 속도를 늦추기 위해

사용되는 물질을 난연제 (flame retardant)라고 합니다.

그중에 유기물과 인이 들어있어서

유기인계 난연제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림3. 트리페닐포스페이트의 화학 구조


구조를 보시면 가운데 있는 P가 인이고

여기 붙어있는 것들 중에 육각형 벤젠링이 유기물입니다.

그래서 유기인계 물질이라고 하고 쓰임이 난연제로 사용되어

유기인계 난연제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 물질이 왜 문제이고

어디에 사용이 되며

어떻게 노출을 피할 수 있을까 입니다.

이 물질은 단순히 환경 호르몬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문제로 미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생식, 발생, 신경, 유전 독성 등의

독성이란 독성은 거의 다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대사 장애와 내분비계 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이 물질에 대해

주목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 물질은 너무 많은 곳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 불의 확산 속도를 늦추는 목적으로 난연제로 사용되고,

프탈레이트처럼 플라스틱이 유연하라고 넣는 가소제로도 사용되며,

반짝반짝 윤이 나게 하는데 사용되는 바니쉬에도 사용됩니다.

이런 다양한 용도 때문에

전자제품, 플라스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정말 제가 또 놀랐는데

투명 매니큐어에도 사용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각주:5]

그럼 이 물질은 어떻게 피할 수 있느냐?

솔직히 방법은 딱히 없습니다.

최대한 플라스틱 제품을 줄이고,

이 물질은 실내 공기와 먼지에 함께 존재하기에

청소와 환기를 잘 시켜주어야 합니다.

또한, 투명 매니큐어 사용 시 성분을 확인하셔서

TPhP 혹은 TPP라고 적혀있는

제품은 구입과 사용을 하시면 안 됩니다.





6. 나머지 물질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

지금까지 환경 호르몬 리스트에 올라온

45개 물질 중에 34개를 알아보고 11개의 물질이 남았습니다.

앞에서 알아봤던 물질은 보통 생활용품에 많이 사용되어서

일상생활에 노출 위험성이 있지만,

나머지 물질들은 일상생활 중에는

노출될 가능성이 별로 없는 물질들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디치오카바에티계 농약인

메탐소듐 (Metan-sodium), 지네브 (Zineb), 지람 (Ziram), 티람 (Thiram)이 있으며

이 물질들은 보통 살균제 혹은 살충제로 사용됩니다.

페놀 유도체 중에는

니트로페놀 (4-nitrophenol),

난연제의 원료로 사용되는 트리브롬화 페놀 (2,4,6-tribromophenol)이 있습니다.

화합물의 합성 재료로 사용되는 이황화탄소 (Carbon Disulphide),

휘발유 첨가물로 사용되는 털트 뷰틸 메틸 에테르 (Tert-butyl methyl ether, MTBE)가 있습니다.

농약으로 사용되는

펜타클로로페놀 (Pentachlorophenol, PCP), 테부코나졸 (Tebuconazole)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합성 에스트로겐 (여성 호르몬)으로 사용되는

쿼드로실란 (2,6-cisDihenylhexamethylcyclotetrasiloxane)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7. 리스트의 의미

지금까지 유엔 환경 계획에서 선정한

환경 호르몬 리스트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 리스트의 의미는 딱 한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논란이 많았던 환경 호르몬 의심 물질에 대해

정확한 판정을 내려준 것입니다.

이건 환경 호르몬이다 or 이건 아직 증거가 부족하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리스트에 포함된 물질이 환경 호르몬이라고 판명되었으니

우리가 할 일은 정해졌습니다.

최대한 이 물질들을 피하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씀드리자만

환경 호르몬은 안전한 양이라는 기준이 무의미합니다.

특히 어린 유아나 어린이, 임신한 여성은

위의 물질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받기에

반드시 주의하셔야 합니다.




  1. http://federalregister.gov/a/2013-29901.pdf [본문으로]
  2. Bedoux et al., Occurrence and toxicity of antimicrobial triclosan and by-products in the environment, Environmental Science and Pollution Research, 2012 (19), 1044-1065 [본문으로]
  3. Wang et al., Reproductive endocrine-disrupting effects of triclosan: Population exposure, present evidence and potential mechanisms, Environmental Pollution, 2015 (206), 195-201 [본문으로]
  4. https://www.google.com/search?q=%EB%A0%88%EC%86%8C%EB%A5%B4%EC%8B%9C%EB%86%80&newwindow=1&source=lnms&tbm=isch&sa=X&ved=0ahUKEwiLg6yMx-DgAhXFgbwKHYcmD28Q_AUIDigB&biw=1745&bih=881 [본문으로]
  5. Mendelsohn et al., Nail polish as a source of exposure to triphenyl phosphate, Environmental International, 2016 (86), 45-51 [본문으로]